
‘시민주권’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이 무색해지는 순간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오후 3시경, 기자가 찾은 최원용 평택시장 당선자 인수위원회 사무실의 첫인상은 ‘불통’과 ‘무관심’ 그 자체였다. 시민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듣겠다던 이들이 모인 곳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냉랭한 기류만 감돌았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내부에서는 인수위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방인의 등장에도 그들 중 누구 하나 고개를 제대로 돌리거나 “어떻게 오셨습니까, “누구를 찾으십니까”라며 따뜻한 눈길을 건네는 이는 없었다.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기자는 한동안 그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서 있어야 했다.
참다못해 복사기 옆에 서 있던 한 관계자에게 “당선자를 만나러 왔다”고 말을 건넸다. 그제야 돌아온 반응은 퉁명스럽기 그지없었다. 신원이나 용건을 묻는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그저 무표정이나 다름없는 말투로 당선자 사무실 방향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가보라”는 게 전부였다. 새로운 평택을 설계하는 인수위 사무실에서 긴밀한 ‘보안’도, 시민을 향한 ‘환대’도 실종된 순간이었다.
철저한 무관심과 실종된 환대, 이것이 ‘시민주권’의 본모습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당선자실 문을 열었지만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사무원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거만해 보이고 싶다는 모습으로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듯 통화에 여념이 없었다. 다른 사무원에게 재차 방문 목적을 밝히자, 역시나 방문객이 누구인지, 무슨 일로 왔는지는 궁금하지도 않다는 듯 “당선자는 오늘 행사가 많아 외부에 나갔다”는 기계적인 답변만 툭 던져질 뿐이었다.
인수위원회는 당선자의 향후 4년 시정 철학을 미리 엿볼 수 있는 거울이다. 선거 기간 내내 ‘시민주권’을 외치며 고개를 숙이던 이들이, 권력을 잡자마자 문을 두드리는 시민(방문객)을 귀찮은 이방인 취급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남긴다.
시민을 맞이하는 아주 작은 태도에서부터 ‘주권’은 시작된다. 지금처럼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시민을 멀뚱멀뚱 바라만 보는 인수위라면, 앞으로 그들이 외칠 ‘시민 중심 행정’이 얼마나 공허한 메아리가 될지 벌써부터 우려스럽다.
시정의 출발선에서부터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닌지, 최원용 당선자와 인수위의 뼈아픈 자성이 필요한 때다.